STORY of CHWIHOGA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를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이든, 시든, 선이든 그대가 좋아하는 대로...

- Charles Pierre Baudelaire (Enivrez-vous 中) -

PEOPLE


다시 힘을 얻게 될 호랑이의 집을 꿈꾸며...


서울, 굉장히 불안정하다 느껴지는 그 속에서 나름의 균형과 안정된 삶을 찾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던 호랑이 부부, 답답한 속내가 쌓였으나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막막한 생활로부터 해방되길 원했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검증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충분한 쉼을 누리기는 힘든 일상. 그 가운데 흔들리는 삶의 방향성을 더 확고하게 잡고자 2020년, 평균보다 매우 이른 나이에 귀촌을 결정했다. 그 후 호랑이 부부는 부메랑 같은 일상에 힘들고 지칠 때 시간을 내 여행 삼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로 정착할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평창을 만났다. 충청도, 강원도, 강원도 해안 쪽부터 경상도까지 쉴 새 없이 돌아보던 중 평창에 딱 들어섰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굉장한 안정감을 느낀 것이다. 어떤 호랑이의 집을 만들어 그곳에서 호랑이처럼 지내고 또 새로이 기운을 얻어 일상에서 지칠 때마다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름은 '취호가'. 뜻을 취하는 호랑이의 사원. 어떤 마음속 깊은 뜻을 취하기도 하고, 분위기에 취하기도 하고, 술에 취하기도 하는 그런 곳.

LOCATION


숨을 쉬고 잠을 자기에 가장 좋은 해발 700


강원도 평창군 호명리.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진부역에 내리면 차로 10분 내외,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10분 내외로 닿는, 호명리 나즈막한 언덕 위 취호가가 있다. 취호가가 자리한 강원도 평창군 호명리는 해발 700m에 절묘하게 걸쳐 있는 곳. 예로부터 사람이 숨을 쉬고 잠을 자기에 가장 좋은 고도는 해발 700m라고 전해지고 있다. 오래전 이 마을 어귀에는 크고 듬직한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 위에 호랑이가 올라서서 자주 울었다는 설에 따라붙어진 이름이 호명리다. 북쪽으로는 기암석을 병풍처럼 두른 병두산이, 남쪽으로는 바위가 많아 매가 많이 산다는 매산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매를 보기 힘들지만 취호가에 머물다 보면 매들이 날아다니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진기한 장면이다. 또한 취호가가 위치한 자리는 호명리에서도 해가 넘어가는 길목이라고 하는 늦목인데 이곳은 매일의 석양이 굉장히 아름답다. 게다가 주변에 인공 빛이 거의 없어 밤의 별이 유난히 반짝이고 아름답다. 밤은 더 짙고, 낮은 더 긴 곳. 낮의 숨을 더 들이마시고, 밤의 숨을 길게 내뱉기에, 온전한 쉼을 위한 최적의 위치이다.

MAKING STORY


취호가 "호랑이 부부가 살 곳을 만들자"


취호가의 기획 중점은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잘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른 누구가 아닌 호랑이 부부에게 그런 공간이 필요했고, 누군가와 그 온전한 쉼과 숨을 나누고 싶었다. 호랑이의 사원 즉, 호랑이의 집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호랑이는 숲에서 살았다는 것. 숲과 같은 공간, 숲 안에 있을 것 같은 호랑이의 집을 만들고자 했다.  취호가라는 이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호랑이 형의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어릴 적 드렁큰타이거와 그의 음악을 좋아해 유토피아적인 의미로 언제인가 내가 집을 짓는다면 그 집에 취호가라는 큰 현판을 걸고 좋아하는 위스키 한 병을 손에 들고 호랑이처럼 어슬렁거리며, 발끝에는 설명할 수는 없으나 삶을 지탱할 어떤 힘을 지닌,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부터.  자신의 바람을 관통해 취호가에 머무는 분들이 조금 더 즐기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여러 뜻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해내기 위하여 무작정 100Aassociates 를 찾아갔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부부는 마음에 그려둔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저는 연구 교수를 하고 있고요. 와이프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귀촌해서 살면서 스테이를 하고 싶어요. 이름은 취호가이고, 웰컴 드링크는 위스키 칵테일입니다.”라고. 호스트 부부와 소장님이 나눈 수많은 대화를 바탕으로 취호가의 설계가 이루어졌다.

취호가는 왜 이런 모습일까?


해의 방향과 날씨를 고려한 객실의 분류나 체크인 동 등 건축 설계부터 시공 완공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100Aassociates의 안광일, 박솔하 두 소장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호랑이가 살아가는 숲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굳건한 바람은 두 소장님을 만나 비로소 공간으로 실현됐다. 먼저 전나무, 구상나무, 소나무 껍질 외에도 많은 풀과 돌 같은 다양한 자연 소재가 거칠게 나열되었다. 거친 숲속에 들어온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는 느낌을 충분히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체크인 동, 입구에는 계곡 같은 수공간을 배치해 비가 오면 위에서 물줄기가 떨어져 폭포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다. 거친 바위 같은 체크인 동의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가로지르면, 동굴 속에 있는 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다시 각자의 동굴로 한층 더 깊이 들어가는 동선이 마련됐다. 각자의 동굴인 두 객실은 들숨과 날숨으로 부르는데 구조적인 차이는 없다. 다만 오브제를 다채롭게 배치했으며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객실마다 조금씩 다르게 꾸며져 있다. 내부는 다시 한번 호랑이가 살고 있는 집을 형상화시켰다. 호랑이가 살아가는 공간은 자기 말고는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자기 영역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뿐. 높은 곳에서 잠을 자니 낮은 곳에서는 먹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침실에 단차를 두어 영역을 구분했다. 들숨과 날숨이라는 객실 이름처럼 방 내부는 숨의 개념을 형상화했다. 들숨은 내면을 중시하며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검정색, 날숨은 무(無)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는 흰색에 가깝도록 표현한 것이다. 외부 조명은 평창의 밤과 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최소화했다. 호명리의 지역적 특성도 면밀히 반영했다.

SPACE


숨에서 쉼으로 이어지는 경험의 전의


도착해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압도적인 노출 콘크리트의 체크인 동이다. 계단형으로 된 수공간이 투숙객을 맞이하며 정면 끝에는 좁게 트인 공간에 위엄 있는 호랑이 그림이 있다. 그야말로 호랑이의 사원이라는 일종의 신호이자 표식 같다. 덕분에 일상의 스위치가 꺼지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비일상으로서 호랑이의 영역으로 들어선 듯한 스위치가 켜진다. 선향이 가득한 체크인 동에서 객실마다 페어링 된 각각의 다른 위스키를 안내받는다. 웅장하고 장엄한 힘의 공간에서 빠져나와 더 깊숙이 굽이쳐 들어가는 객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발아래 나무껍질이 사각거리며 진짜 숲 어딘가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귀여운 표정을 한 석호가 객실 앞 정원에서 숙박객을 처음으로 맞이한다. 두 갈래 길로 나뉘어 도착하게 되는 객실은 앞뒤로 정렬 배치돼 있다.

호랑이 부부는 취호가를 준비하며 온전한 안식과 휴식을 이끌어내는 호흡에 집중했다. 따라서 늘 두 방향인 호흡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객실의 이름을 정했다. 들숨, 날숨. 객실은 동일한 구조이나 창에 담기는 풍경이 다르며 이에 맞추어 페어링 되는 위스키 역시 각기 따른 특성으로 안배했다. 

들숨은 육체가 살아가는 방향이며 내면 깊숙이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숨이니 전나무 숲의 풍경 안에 놓여 내면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날숨은 내보냄으로써 살아가는 방향으로 시야를 가리지 않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외부 풍경을 창 안 가득 끌어들였다. 

객실은 전기 그릴로 맘껏 요리할 수 있는 키친과 외부 덱, 침실과 욕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호랑이가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에 상상을 더해 침실을 가장 높은 곳에 두는 단차가 인상적이다. 침대 끝에는 자연스럽게 걸터앉을 수 있는 턱이 생겨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에 제격인 툇마루 같은 공간이 형성됐다. 욕실 안에는 마치 호랑이의 신전 같은, 스테인리스로 둘러싸인 향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히노끼탕이 마련돼 허브볼로 평온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여느 스테이와 다른 안식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아침 이슬에 젖은 나무와 이끼, 들풀이 만들어 내는 진한 나무 향, 풀 내음 그리고 스모키한 향기. 그들 사이에 숨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야생화의 플로럴 한 향기. 공간과 외경이 조화를 이루어 흩날리는 향기는 때로는 편안한 감각을 주고 때로는 정신을 깨워준다. 취호가 객실만의 향은 수없이 많은 향을 찾아가며 시향하고 레이어를 쌓는 실험 끝에 완성된 최적의 향이다. 객실에 비치된 선향과 어우러지며 호랑이 부부가 귀촌 생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오대산 입구부터 전나무 숲을 지나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의 감각적인 시퀀스를 느끼게 한다. 경험의 전이가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진 덕분에 객실에서 보이는 전창의 외부 환경은 감성적으로 내부에 끌려온다. 내부에 있어도 외부의 환경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Written by 김모아, 조평선 

Photo by 김재윤, 조평선


Architecture - 100Aassociates

Space design - 100Aassociates

Landscape - 100Aassociates, Thesup, Chwihoga

Branding - Chwihoga

STORY of CHWIHOGA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를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이든, 시든, 선이든 그대가 좋아하는 대로...

- Charles Pierre Baudelaire (Enivrez-vous 中) -

PEOPLE


다시 힘을 얻게 될 호랑이의 집을 꿈꾸며...


서울, 굉장히 불안정하다 느껴지는 그 속에서 나름의 균형과 안정된 삶을 찾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던 호랑이 부부, 답답한 속내가 쌓였으나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막막한 생활로부터 해방되길 원했다. 호랑이 부부는 부메랑 같은 일상에 힘들고 지칠 때 시간을 내 여행 삼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로 정착할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평창을 만났다. 충청도, 강원도, 강원도 해안 쪽부터 경상도까지 쉴 새 없이 돌아보던 중 평창에 딱 들어섰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굉장한 안정감을 느낀 것이다. 어떤 호랑이의 집을 만들어 그곳에서 호랑이처럼 지내고 또 새로이 기운을 얻어 일상에서 지칠 때마다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름은 '취호가'. 뜻을 취하는 호랑이의 사원. 어떤 마음속 깊은 뜻을 취하기도 하고, 분위기에 취하기도 하고, 술에 취하기도 하는 그런 곳.

LOCATION


숨을 쉬고 잠을 자기에 가장 좋은 해발 700


강원도 평창군 호명리.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진부역에 내리면 차로 10분 내외,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10분 내외로 닿는, 호명리 나즈막한 언덕 위 취호가가 있다. 취호가가 자리한 강원도 평창군 호명리는 해발 700m에 절묘하게 걸쳐 있는 곳. 예로부터 사람이 숨을 쉬고 잠을 자기에 가장 좋은 고도는 해발 700m라고 전해지고 있다. 오래전 이 마을 어귀에는 크고 듬직한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 위에 호랑이가 올라서서 자주 울었다는 설에 따라붙어진 이름이 호명리다. 북쪽으로는 기암석을 병풍처럼 두른 병두산이, 남쪽으로는 바위가 많아 매가 많이 산다는 매산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매를 보기 힘들지만 취호가에 머물다 보면 매들이 날아다니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진기한 장면이다. 또한 취호가가 위치한 자리는 호명리에서도 해가 넘어가는 길목이라고 하는 늦목인데 이곳은 매일의 석양이 굉장히 아름답다. 게다가 주변에 인공 빛이 거의 없어 밤의 별이 유난히 반짝이고 아름답다. 밤은 더 짙고, 낮은 더 긴 곳. 낮의 숨을 더 들이마시고, 밤의 숨을 길게 내뱉기에, 온전한 쉼을 위한 최적의 위치이다.

MAKING STORY


취호가 "호랑이 부부가 살 곳을 만들자"


취호가의 기획 중점은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잘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른 누구가 아닌 호랑이 부부에게 그런 공간이 필요했고, 누군가와 그 온전한 쉼과 숨을 나누고 싶었다. 호랑이의 사원 즉, 호랑이의 집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호랑이는 숲에서 살았다는 것. 숲과 같은 공간, 숲 안에 있을 것 같은 호랑이의 집을 만들고자 했다.  취호가라는 이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호랑이 형의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어릴 적 드렁큰타이거와 그의 음악을 좋아해 유토피아적인 의미로 언제인가 내가 집을 짓는다면 그 집에 취호가라는 큰 현판을 걸고 좋아하는 위스키 한 병을 손에 들고 호랑이처럼 어슬렁거리며, 발끝에는 설명할 수는 없으나 삶을 지탱할 어떤 힘을 지닌,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부터.  자신의 바람을 관통해 취호가에 머무는 분들이 조금 더 즐기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여러 뜻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호가는 왜 이런 모습일까?


해의 방향과 날씨를 고려한 객실의 분류나 체크인 동 등 건축 설계부터 시공 완공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100Aassociates의 안광일, 박솔하 두 소장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호랑이가 살아가는 숲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굳건한 바람이 공간으로 실현됐다. 먼저 전나무, 구상나무, 소나무 껍질 외에도 많은 풀과 돌 같은 다양한 자연 소재가 거칠게 나열되었다. 거친 숲속에 들어온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는 느낌을 충분히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체크인 동, 입구에는 계곡 같은 수공간을 배치해 비가 오면 위에서 물줄기가 떨어져 폭포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다. 처음 마주한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가로지르면, 동굴 속 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다시 각자의 동굴로 한층 더 깊이 들어가는 동선이 마련됐다. 

내부는 호랑이가 살고 있는 집을 형상화시켰다. 호랑이가 살아가는 공간은 자기 말고는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자기 영역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뿐. 높은 곳에서 잠을 자니 낮은 곳에서는 먹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침실에 단차를 두어 영역을 구분했다. 들숨과 날숨이라는 객실 이름처럼 방 내부는 숨의 개념을 형상화했다. 들숨은 내면을 중시하며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검정색, 날숨은 무(無)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는 흰색에 가깝도록 표현한 것이다. 외부 조명은 평창의 밤과 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최소화했다. 호명리의 지역적 특성도 면밀히 반영했다.

SPACE


숨에서 쉼으로 이어지는 경험의 전의


도착해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압도적인 노출 콘크리트의 체크인 동이다. 계단형으로 된 수공간이 투숙객을 맞이하며 정면 끝에는 좁게 트인 공간에 위엄 있는 호랑이 그림이 있다. 그야말로 호랑이의 사원이라는 일종의 신호이자 표식 같다. 덕분에 일상의 스위치가 꺼지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비일상으로서 호랑이의 영역으로 들어선 듯한 스위치가 켜진다. 선향이 가득한 체크인 동에서 객실마다 페어링 된 각각의 다른 위스키를 안내받는다. 웅장하고 장엄한 힘의 공간에서 빠져나와 더 깊숙이 굽이쳐 들어가는 객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발아래 나무껍질이 사각거리며 진짜 숲 어딘가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귀여운 표정을 한 석호가 객실 앞 정원에서 숙박객을 처음으로 맞이한다. 두 갈래 길로 나뉘어 도착하게 되는 객실은 앞뒤로 정렬 배치돼 있다.

호랑이 부부는 취호가를 준비하며 온전한 안식과 휴식을 이끌어내는 호흡에 집중했다. 따라서 늘 두 방향인 호흡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객실의 이름을 정했다. 들숨, 날숨. 객실은 동일한 구조이나 창에 담기는 풍경이 다르며 이에 맞추어 페어링 되는 위스키 역시 각기 따른 특성으로 안배했다. 들숨은 육체가 살아가는 방향이며 내면 깊숙이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숨이니 전나무 숲의 풍경 안에 놓여 내면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날숨은 내보냄으로써 살아가는 방향으로 시야를 가리지 않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외부 풍경을 창 안 가득 끌어들였다. 

객실은 전기 그릴로 맘껏 요리할 수 있는 키친과 외부 덱, 침실과 욕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호랑이가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에 상상을 더해 침실을 가장 높은 곳에 두는 단차가 인상적이다. 침대 끝에는 자연스럽게 걸터앉을 수 있는 턱이 생겨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에 제격인 툇마루 같은 공간이 형성됐다. 욕실 안에는 마치 호랑이의 신전 같은, 스테인리스로 둘러싸인 향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히노끼탕이 마련돼 허브볼로 평온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여느 스테이와 다른 안식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아침 이슬에 젖은 나무와 이끼, 들풀이 만들어 내는 진한 나무 향, 풀 내음 그리고 스모키한 향기. 그들 사이에 숨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야생화의 플로럴 한 향기. 공간과 외경이 조화를 이루어 흩날리는 향기는 때로는 편안한 감각을 주고 때로는 정신을 깨워준다. 취호가 객실만의 향은 수없이 많은 향을 찾아가며 시향하고 레이어를 쌓는 실험 끝에 완성된 최적의 향이다. 객실에 비치된 선향과 어우러지며 호랑이 부부가 귀촌 생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오대산 입구부터 전나무 숲을 지나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의 감각적인 시퀀스를 느끼게 한다. 경험의 전이가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진 덕분에 객실에서 보이는 전창의 외부 환경은 감성적으로 내부에 끌려온다. 내부에 있어도 외부의 환경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Written by 김모아, 조평선

Photo by 김재윤, 조평선


Architecture - 100Aassociates

Space design - 100Aassociates

Landscape - 100Aassociates, Thesup, Chwih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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